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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오피니언]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인식전환

등록일 2022년08월24일 10시5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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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고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셰익스피어가 쓴 희극인 `베니스의 상인`에서 안티니오의 친구 바사니오가 상속녀인 포셔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여행경비를 유대인 샤일록에게 차용하고 안티니오는 바사니오가 차용금을 제때에 갚지 못하는 경우 1파운드의 살 한 덩어리를 떼어 주겠다는 증서를 쓰는 것을 그려낸다. 위기에 몰린 안토니오는 법정에서 살 한 덩어리를 떼어줘야 할 상황에 놓이는데 이때 재판관으로 변장한 포셔가 재치로 안티니오를 위기에서 구한다는 내용이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등장하는 샤일록은 유대인인데 당시에 유대인을 대하는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적인 대문호인 세익스피어가 쓴 그 책을 읽고 안티니오와 바사니오의 우정, 포셔의 재치에 감탄할 수밖에 없지만, 유대인인 샤일록의 인생관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당시 사회가 바라보는 유대인에 대한 인식은 지금 우리 정부의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편향된 인식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 책에서 재판관으로 분한 포셔는 \"베니스의 어떤 권력도 이미 정해진 법을 바꿀 순 없소. 그러면 그게 하나의 선례로 기록되고, 비슷한 종류의 위법행위가 수없이 반복돼 국가의 기강이 문란해질거요\"라 하면서 안티니오와 샤일록의 증서를 인정하고, \"이 증서에는 단 한 방울의 피도 원고에게 준다는 말이 없다. 여기에는 살 1파운드라고만 적혀 있으니 살을 1파운드만 잘라가라. 단, 피를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린다면 그대의 토지를 비롯한 재산은 모두 베니스 법률에 따라 국고로 귀속될 것이니 명심하라\"라는 판결을 한다. 결국 외국인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베니스 시민의 생명을 노렸다는 이유로 샤일록은 재산도 잃고 기독교로 개종할 것을 명령받는다.

당시 셰익스피어가 살아가던 세상은 유대인에 대한, 법에 대한, 사회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오늘날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당시 사회가 보는 유대인에 대한 인식이 정부가 `도시정비사업지`를 바라보는 편향된 인식과 닮아있다 할 것이다. 그 책에서 샤일록은 베니스의 법에 따라 외국인이자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재산을 몰수당하고,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개종을 명령받게 된다.

오랜 세월을 도시정비사업에 몸담아오면서 느낀 점들이 해당 책이 쓰였던 사회의 인식과 겹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도시정비사업은 어느덧 20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당시 제정한 목적은 뚜렷하지만, 그 적용에 있어 정책 등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도시정비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을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정부의 법에 대한 접근법이다. 정부는 정부가 세운 주택 공급 정책을 정부가 스스로 바꿔나가면서 주택시장이 거미집이론과 같이 수요와 공급시점이 불일치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인기성 정책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맨땅에 건물을 신축하는 경우에 최소 3~4년의 세월이 소요된다. 따라서 정부가 세운 정책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해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둘째, 정부의 인허가기간이다. 일정 사안에 대해서는 법에 처리기한이 정해져 있으나 대부분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인허가로 필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도시정비사업이 절차법에 따라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인허가기간을 단축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인허가협의회를 만들어 그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 정책과 정부의 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은 그 목적이 명확해야 하고 그 목적과 범위 내에서 활용돼야 한다. 국민의 주거문화 수준이 선진국화돼가는 상황에서 주택가격의 저렴화만을 위해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을 공급받으라는 것은 주택시장의 특성을 간과한 것임이 틀림없다.

도시정비사업도 정부, 국민, 법이 바라보는 시각이 일치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책에서 당시 사회가 바라보는 유대인에 대한 인식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맞지 않지만, 셰익스피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유효하며 지금도 우리들의 필독서가 돼 있다.

현대에도 샤일록과 같은 인간상은 많이 있다. 샤일록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이라고만 볼 수 없다. 오늘날의 대다수 국민은 물질적 풍요에 대한 소망이 있고, 부동산을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한 지도 많은 시간이 흘러 보편적 상황이 돼버린 현실에서 투기 관리만을 위한 정책은 주택 공급 정책의 일관성을 흐트러뜨리는 원인이다.

국민은 이미 부동산을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고, 국민도 투자이익을 누릴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을 착실하게 근로소득을 원천으로 세금을 내는 대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는지 짚어볼 일이다.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은 무엇일까? 하나는 정부의 정책에서 기인한다.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 등의 토지를 매입한다. 새로 세워진 공동주택은 새로운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부수적으로 주변 지가는 급상승하게 된다.

또 하나는 교통 관련 정책이다. 교통 정책을 수립하는 경우 사회기반시설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사업성을 우선하다 보니 철도역이나 교통망이 교차하는 지역에 주택이 들어서고 정부는 스스로 나서 용도지역을 상향해 주택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한다.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의 주체는 정부인 셈이다.

정부는 도시정비사업지를 바라볼 때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실현의 한 축으로 생각하고, 정부의 성과와 투자자의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유동적인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베니스의 법이 외국인인 샤일록의 재산을 몰수하는 것처럼 정부가 개인의 사적 재산권에 너무 깊숙이 간여하는 것과 비견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정부는 모든 문제해결의 시발점을 국민을 위해, 국민을 위한 법으로 재조정해야 하고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인식전환도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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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홍건 조합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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