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서는 임차권의 설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권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제70조제1항) 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자가 갖는 전세금ㆍ보증금, 그 밖의 계약상의 금전의 반환청구권은 사업시행자에게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동조 제2항) 도시정비법 제70조제1항 및 제2항이 도시정비사업 구역 내의 임차권자 등에게 계약 해지권은 물론, 나아가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한 보증금반환청구권까지 인정하는 취지는 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그 의사에 반한 임대차 목적물의 사용ㆍ수익이 정지되는 임차권자 등의 정당한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한편, 계약상 임대차기간 등 권리존속기간의 예외로써 이러한 권리를 조기에 소멸시켜 원활한 사업 추진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
이어 임대차계약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ㆍ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임차인이 이에 대해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것을 계약의 기본내용으로 하므로(「민법」 제618조), 위 도시정비법에서 말하는 "도시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임차권의 설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라는 것은 사업 시행으로 인해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ㆍ수익할 수 없게 되거나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ㆍ수익하는 상황 내지 이를 이용하는 형태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등 임차권자가 이를 이유로 계약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여기서 도시정비법상 임차인이 임차권의 설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음을 이유로 같은 법 제70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로 봐야 할 것인지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 판결(2020년 8월 20일 선고ㆍ2017다260636 판결)에서는 "구 도시정비법 제49조제6항 본문에 따라 관리처분인가 고시가 있을 때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ㆍ지상권자ㆍ전세권자ㆍ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구 도시정비법 제54조에 의한 이전의 고시가 있던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해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고, 사업시행자가 이를 사용ㆍ수익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관리처분인가의 고시가 있게 되면 위 조항을 근거로 정비구역 내에 있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임차권자 등을 상대로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그 결과, 임차권자는 임대차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자신이 점유하고 있는 임대차 목적물을 사업시행자에게 인도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ㆍ수익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관리처분인가의 고시가 있다면 임차권의 설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음을 이유로 구 도시정비법 제44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다만 관리처분인가 고시 이전이라도 해당 사업 계획에 따라 사업시행자에 의한 이주 등 절차가 개시돼 실제로 이주가 이뤄지는 등으로 사회 통념상 임차인에게 임대차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은 구 도시정비법 제44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경우, 임차인이 관리처분인가 고시 이전에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와 함께 ▲사업 진행 단계와 정도 ▲임대차계약의 목적과 내용 ▲도시정비사업으로 임차권이 제한을 받는 정도 ▲사업시행자나 임대인 등 이해관계인이 보인 태도ㆍ기타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ㆍ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사업을 진행하는 조합으로서는 임차인의 계약관계가 목적 달성으로 유지될 수 없게 되는 경우 사업 진행의 진척에 따라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면서 임차인의 임대차계약해지를 유도하는 것이 빠른 사업 진행에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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