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송예은 기자] 인도에서 올해 처음으로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우리나라도 더 이상 기후변화에 대해 방관할 수 없게 됐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지난 29일 인도 델리의 밀집 지역 문게쉬푸르의 기온이 52.9℃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는 최고 기온이 평년보다 4.5℃~6.4℃ 높은 경우 폭염으로, 6.5℃ 이상 높으면 극심한 폭염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날 델리는 극심한 폭염이 내렸고, 이로 인해 뉴델리에서 근무하던 40세 남성이 열사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립학교에서는 학생이 더위에 쓰러졌다는 신고가 잇따르자 동부 비하르주 당국은 다음 달(6월) 8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
인도에 역대급 폭염이 덮치면서 현지 전력 수요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에어컨 가동 등으로 전력 수요가 치솟으면서 곳곳에서 단전이 발생했고, 특히 태양열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 야간에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 뉴델리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급수난까지 겹쳐 당국이 물 공급을 제한하기도 했다.
인도 더위는 대체로 3, 4월부터 시작되며 5월에 정점을 찍은 후 몬순 우기가 시작되는 6월부터는 차츰 기온이 낮아지지만 올해는 6월을 앞두고 있는데도 폭염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 전문가는 "엘니뇨에서 라니냐로의 이례적인 전환, 습기를 몰고 오는 바람의 부족 등으로 기록적인 기온 상승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니냐 현상은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이고, 엘니뇨는 반대로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이 모든 게 결국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기후로 인한 인명 피해는 지난 22일에도 해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영국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심각한 난기류를 만나 73살 남성 1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쳤다는 소식이 들렸다. 해당 여객기는 미얀마 상공에서 갑작스러운 난기류를 겪으면서 심하게 흔들렸고 이 때문에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여객기가 겪은 난기류의 원인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수 언론은 점점 심화되는 기후 온난화가 이런 난기류의 발생 빈도와 위력을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우선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더 많은 바닷물이 대기로 증발하게 되고, 공기는 더 많은 열과 습기를 머금게 된다. 따뜻해진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흡수할 수 있는데, 이는 더 강한 바람 및 폭풍우로 이어져 강우량이 늘어나고, 더 심한 난기류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 레딩대학교 대기학과의 폴 윌리엄스 교수는 기후 위기가 이런 난기류 발생 빈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반적으로 대서양을 비행할 때는 10분 정도 난기류를 만날 수 있지만, 수십 년 안에는 20분, 혹은 30분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난기류의 평균 지속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레딩대학교 연구진은 이러한 청천 난류로 인한 심한 난기류가 1979년부터 2020년에 걸쳐 55%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문가는 기후변화가 난기류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연료로의 전환이 가속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제연구단체에 의해 국가적 기후 대응 수준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3개국과 유럽연합을 포함한 67개국 중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 재생에너지 사용, 기후정책 등 4개 분야에서 모두 하위권을 기록했다.
국내 언론과 선거 정책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는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다. 우리나라는 특히 산지가 많아 많아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불리하고, 인구밀도가 높은 데다 제조업의 발달로 에너지 사용량이 많다. 지리적 특성으로 유럽처럼 전력을 사고파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대한민국의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운데, 이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그저 일각에서 기후 변화의 심각성만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당장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기후변화를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대적인 홍보와 논의를 활성화해 현실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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