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조은비 기자] 문학사상사의 `이상문학상(李箱文學賞)` 파문이 문학계의 아픈 고름을 짜냈다. 작가 이상(李箱)의 이름을 따 1977년부터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여러 뛰어난 작가들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겨왔지만 최근 저작권 문제로 논란을 빚으며 존폐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2020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는 `저작권 3년 양도`라는 출판사의 요구에 반발해 수상을 거부했다. 이번 반발을 계기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기 위해 3년간 작가의 저작권을 출판사에 양도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자 많은 작가들이 보이콧 운동과 문학사상사 측의 사과 및 이상문학상 수상 조건 개선 촉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대상을 받았던 윤이형 작가 또한 지난달(1월)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부당함과 불공정함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이미 받아버린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절필`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심경을 전해왔다.
권여선 작가는 "이상문학상의 기수상자로서 관행이란 말 앞에 모든 절차를 안이하게 수용한 제가 부끄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훌륭한 작품과, 작가들을 알리는 역할을 맡아야 했던 문학상이 오히려 기수상자들의 부끄러움과 반성을 이끌어내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달 4일 문학사상자 임지현 대표는 "관행으로 이뤄져오던 그리고 기준 없이 행해져오던 일들을 직원의 책임으로 전가한 것에 대한 깊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본사의 폐습과 운영진의 미흡함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3년간 저작권 양도` 조건 대신 `1년간 출판권`을 갖겠다고 기준을 정정했지만 이상문학상 저작권 문제로 피해를 입은 작가들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임 대표가 언급했듯이 이 일은 `관행`으로 인해 덮어뒀던 문학계의 일면이었다. 상을 받는다는 이유로 저작권을 양도할 이유가 없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해준 작가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일이 타 출판사의 문학상 관행에도 경종을 울려서, 작가들의 문학 활동을 돕는 공정하고 영예로운 문학상이 새롭게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