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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북한 도발 앞에 ‘한반도 운전자론’은 유효했나

등록일 2020년06월19일 18시0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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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고상우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17일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틀 후인 오늘(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수리함으로써 김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같은 결정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통일부가 남북관계를 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을 청와대가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로 통일부와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의 호전과 악화 여부를 우리의 의지에 의해 노정할 수 있는 걸까. 최근 북한이 보인 `급발진`에 가까운 대남정책을 보면, 우리 정부가 지닌 믿음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부각된 대북전단은, 이미 탈북민 단체에 의해 수년 전부터 살포돼왔다는 점에서 일종의 구실 내지는 명분에 가깝다. 북한은 애당초 이 문제를 외교적 절차를 거쳐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국 정부로서는 비밀리에 특사 파견도 제안했지만, 북한 측은 이를 거절함은 물론 대외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막무가내 외교`가 무엇인지를 재차 선보였다.

대북전단 살포문제부터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과정은 북한의 일방적인 강경태세에 의해 진행됐다. 일방적으로만 나오는 상대가 문제를 일으킨 것을 두고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통일부가 지금까지 대북정책을 잘 했다고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막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식의 논리에 깔린 전제가 잘못됐다는 뜻이다. 이는 마치 세계적 전염병이 국내에 발생한 책임을 물어 일주일 뒤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하는 상황과도 같다. 문제의 해결은, 일개 부처가 전염병의 대유행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찬가지로, 남북관계 악화와 호전을 한국 정부가 제어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왜 북한이 하필 지금 시점에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긴장의 수위를 높일까`라는 현실적인 질문이 이어져야 한다.

원만한 남북관계가 이뤄진다면 좋은 일이겠으나, 관심을 먹고 자라는 북한 정권의 특성상, 그들은 위험수위를 올려야 체제 유지와 협상이 가능하다. 이러한 `협박 외교`에는 문 대통령도, 통일부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이번 사례는 잘 증명한다.

상황이 이럼에도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목전에 두고서도 `관계 회복의 당위성`만 논했고, 실제 도발이 일어나니 `관계 악화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논리로 통일부 장관을 교체했다. 이러한 무리한 논리를 동원하면서까지 지키려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를 주도한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주창한 `한반도 운전자론`은 북한의 일방적 행보에는 달리 대응할 방안이 없다는 점을 노출했다. 제어할 수 없는 일을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해선 안 된다. 책임질 수 없는 일에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 우리 정부와 통일부가 남북관계를 제어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 믿음을 내려놓아야 현실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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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우 기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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