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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삼청교육대 피해자에게 1억5000만 원 손해 배상 판결… 배상금뿐 아닌 진정성 있는 반성 필요

등록일 2024년01월19일 17시4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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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송예은 기자] 법원이 1980년대 삼청교육대 피해자에 대해 국가가 위자료 1억5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18일 대구지법은 계엄포고에 따라 계엄사령부 지휘 아래 별도의 체포ㆍ구속영장 없이 검거돼 삼청교육대에서 순화교육을 받다 가혹행위를 당한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5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A씨는 1980년 삼청교육대에서 순화교육을 받고, 이어 동해안경비사령부 근로봉사대에 배치돼 강제노역을 하다 1981년 제2사단으로 이감된 후 청송 제1보호감호소와 제2보호감호소를 거쳐 1983년 출소 결정을 받아 퇴소했다.

2022년 7월 20일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A씨가 삼청교육을 받았음이 규명됐다"는 내용의 진실규명 결정을 해 통보했다. 앞서 A씨는 2004년 「삼청교육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애보상(상이자)금으로 1110여만 원을 수령한 바 있다.

법원은 당시 계엄포고는 「대한민국헌법」과 관련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신체의 자유, 거주ㆍ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해제 또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미 유신헌법, 현행 헌법, 구 계엄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 A씨는 계엄포고에 따라 영장 없이 체포ㆍ구금돼 삼청교육대에서 순화교육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는 등으로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며 "피고는 불법행위로 원고가 상당한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다수 공무원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관여로 불법행위가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하면 위자료 액수는 1억5000만 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한편,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사회악일소 및 순화교육을 명분으로 삼청계획 5호를 입안했고, 그해 8월 4일 구 계엄법에서 정한 계엄사령관의 조치로 계엄포고 제13호가 발령됐다. 계엄포고에 따라 계엄사령부 지휘 아래 군ㆍ경은 별도의 체포ㆍ구속영장 없이 6만여 명의 대상자를 붙잡아 4만여 명을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에 수용해 순화교육, 근로봉사, 보호감호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에는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특별법 또는 현행법을 개정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자 `삼청교육대 피해자법 개정`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다수 언론에 따르면 삼청교육대와 선감학원을 모두 겪은 피해자인 B씨가 지난해 삼청교육대 피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한 결과 1심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은 6300만 원이었다.

선감학원은 1946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교화 명분으로 운영된 수용시설이다. 이곳으로 강제 연행된 4691명의 아동ㆍ청소년들은 굶주림, 강제노역, 폭언ㆍ폭행 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다.

B씨는 13살 때 경기 가평군 집에서 서울 할아버지 댁으로 가던 중 경찰관에 의해 선감학원으로 끌려갔다. 경찰은 B씨가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단 이유로 부랑아라고 판단했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B씨를 비롯한 수용 청소년들은 교화라는 명목으로 강제노역과 가혹행위를 끊임없이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갇혀있었던 B씨는 18세가 된 해 썰물 때를 맞춰 바다로 가 탈출에 성공했다.

그 이후 B씨는 선감학원 수용 당시 연탄을 이용해 몸에 작은 문신을 새겼단 이유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 강제노역을 하다 도망친 B씨는 무단이탈을 이유로 잡혀가 공주교도소에 11년간 수감됐다. B씨는 출소 후 삼청교육대 출신이라는 편견 아래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치국가에선 국민이 법의 보호 아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배상금 지급이라는 명목 아래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이 이뤄지는지까지에 대한 감시는 할 수 없다. 피해를 입은 개인은 되돌릴 수 없는 긴 시간과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나 배상금 지급은 한순간에 끝난다. 그동안의 개인이 받았던 오명과 구직의 어려움은 그저 단편적인 사과와 배상금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적은 액수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단지 `배상했다`는 사실 하나로 넘기려고 한다면 과연 우리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가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국가는 과거의 실수를 계속해서 상기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피해자를 기억하고 계속해서 알려야 한다. 어두운 역사를 은폐하고 조용히 넘긴다면 결코 발전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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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예은 기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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