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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획] 기생충으로 재조명된 ‘반지하’ 주거문제… 해외 반응은?

등록일 2020년02월19일 17시1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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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조은비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국제영화제인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데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가 봉 감독에게 `한국영화가 전 세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도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로컬(지역)"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처럼, 한 번도 진입하지 못했던 아카데미의 장벽을 넘어섰다는 의미에서 이번 수상 이력은 더욱 뜻깊다.

봉 감독은 감독상 수상 당시 "한국에서 첫 오스카 트로피"라며 "아시아 영화가 각본상을 수상한 것은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 처음"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기생충이 과거 한국 및 아시아 영화가 오르지 못했던 벽을 넘고 이 같은 쾌거를 이루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이 영화는 우리가 평소 바라보지만 깨닫기는 어려운 `빈부격차`에 대해 봉 감독의 날카로운 해석을 담고 있다. 그는 전 세계 관객들에게도 메시지를 잘 전달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신으로 다시 본 `반지하`의 주거환경 "반지하 없애달라" 시위까지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 분) 가족의 거주지는 반지하다. 태풍이나 장마로 인해 폭우가 쏟아지면 집이 침수돼 감전 등의 위험에 노출되고, 햇살이 잘 들어오지 않아 열악한 공간이다. 또한 가족이 공짜 소독을 받기 위해 소독차가 와도 문을 닫지 않고, 공짜 와이파이를 찾아다니는 모습으로 이들의 소득수준이 낮음을 보여준다. 실제 서울시 내 반지하 거주 가구 중 평균 소득 50% 이하 가구가 55.3%, 70% 이하가 77.8%를 차지한다.

처음 기생충에 등장한 반지하를 집중 조명한 것은 외신이었다. BBC는 반지하가 출연한 배경에 대해서 설명했다.

반지하는 1968년 북한의 청와대 습격 사건 등으로 안해 남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1970년 「건축법」을 개정해 국가 비상사태 시 모든 신축 저층 아파트의 지하를 벙커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며 생겨났다. 이후 반지하 공간을 활용한 불법임대가 이뤄지다가,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4년 합법화됐다.

BBC는 반지하의 거주환경을 묘사하면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면서 살아가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청년 주거빈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전국 20~34세 청년의 약 14.7%에 해당하는 139만 명 정도가 최저주거기준 14㎡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열악한 거주환경에서 평생 꿈을 꾸며 살고 싶어 할 사람은 없다. 반지하 주택은 옥탑방, 고시원과 함께 `지ㆍ옥ㆍ고`라고 불릴 만큼 기피되는 주거공간이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반지하에 사는 가구는 전국 기준 3%에서 2015년 1.9%로 줄었고, 같은 기간 서울은 8.8%에서 6%로 하락하는 등 주거지로 반지하를 선택하는 일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기생충으로 인해 외신들의 관심이 반지하에 쏠리게 되면서, 이를 패러디하는 단체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1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0 총선주거권연대 출범 및 정책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주거시민단체와 종교계, 노동계, 학계 등 70여 개 단체가 기생충을 패러디하며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해달라`, `반지하를 없애달라`며 주거 복지를 강화해달라는 내용의 시위를 벌였다.

정부, 국민 주거권 보장 의무는?
업계 "재건축 세입자 문제에도 관심 기울여야"

작품과 외신에 따라 재조명된 반지하의 환경은 사람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주거권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점을 `보면서도 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직시해야 할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달 18일 서울시는 주거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한국에너지재단과 협업해 반지하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1500가구 이상에 단열, 냉방 등의 맞춤형 집수리공사를 지원한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도봉구가 반지하 100가구 샘플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장의 요구가 많은 항목들로 지원할 사항들을 선정했다. 요청 항목에 올라온 습기ㆍ곰팡이 제거와 환기를 위한 `제습기`와 `환풍기`, 사생활 보호를 위한 `창문 가림막`, 화재로부터 예방을 위한 `화재경보기` 등에 대한 집수리공사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그간 주거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행해 왔다. 초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집값을 잡으려는 시도와 더불어 충분한 주택 공급을 위해 청년ㆍ신혼부부 위주의 공공주택 제공에 힘쓰고 있지만 그마저도 복지 대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0월 강서구 화곡동 재건축 지역의 다가구 주택 반지하 단칸방에 살던 A씨는 어떠한 세입자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거리에 내몰릴 처지가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러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일대를 대상으로 하는 한 재건축 구역에서도 반지하 세입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 명은 거주지에서 쫓겨나기 전 자신의 집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다른 한 명은 쫓겨나 거리를 전전하다가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이주에 필요한 이주비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재건축 세입자에 대한 법적인 보상 의무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해당 지역에는 3층~지상 29층 규모의 아파트 9개동이 들어서겠지만, 재건축 세입자에 대한 보호는 앞으로도 모호하기만 하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서울시가 기생충에서 등장한 아현동 일대를 `영화 전문가와 함께하는 팸투어` 중 하나로 선정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영화가 시사한 `반지하`, `빈부격차` 등에 대한 문제가 그저 관광을 위한 목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삶을 더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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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비 기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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