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권혜진 기자] 원유 가격 20달러 선이 무너졌다. 국내 휘발유값도 9주째 하락세다.
지난 29일 오후 6시 35분께(미 동부시간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전 거래일 대비 6% 이상 급락하며 배럴당 19.92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날 외신 보도에 따르면 WTI 가격이 20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2002년 이후 18년 만의 일이다.
또 이날 영국 브렌트유 5월분 선물가격도 6%가량 하락하며 배럴당 23.03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근 저유가의 원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치킨 게임`에 있다. 사우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를 대비해 러시아에 원유 감산을 요청했지만 러시아가 이를 거절했다. 이에 사우디가 증산으로 맞서면서 두 나라 간 증산 경쟁이 과열됐고, 공급이 과잉되면서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저유가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청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저물가가 장기화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기업 생산 활동이 위축되면서 수출이 위축되고, 고용 불안과 가계소득 감소에 대한 위험성은 더 커지게 된다.
앞으로의 전망 또한 밝지는 않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리스타트에너지 측은 "올해 유가는 배럴당 1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1998년 브렌트유가 배럴당 10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던 때와 비슷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 원유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국내 유가도 9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3월 4주차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41.8원 하락한 L(리터)당 1430.5원을 기록하며 지난주 낙폭(31.6원)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경유 또한 지난주보다 45.3원 내린 리터당 1237.4원을 기록했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